문득 어릴적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이나 1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동네 뒷산에서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엄마에게 말해서 산 중턱 어딘가에 실례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때 엄마가 들고 있던 백의 모양이 생각난다.
천이랑 가죽으로 된 보따리 모양의, 입구에 연결되어 있는 끈을 잡아당겨 열고 닫는 그런 백이었는데 지금 지식으로 생각해보면 전혀 명품 백도 아니고 브랜드 같은 것도 기억나지 않는걸로 보아 예나 지금이나 소탈한 (특히 자신에게 엄격하게 소탈한) 엄마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물건이었던 듯 싶다.
내 기억에 따르면 엄마는 그 가방을 내 어린 시절 내내 들고 다니셨다.
그 때 내가 많아 봤자 일곱살이나 여덟살, 적게는 대여섯살이었을텐데 엄마는 한창 젊은 나이에 (여자의 로망이라는) 핸드백을 같은 것으로 그렇게 들고 다녔던거다.
요즘 엄마가 쓰던 그런 가방을 들고 다니는 젊은 여자애가 있다면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그건 분명히 소위 명품백도 아니고 멋으로 들고 다니는 빈티지백도 아니고 조금 이국적이면서 (아버지가 해외출장에서 사오셨을 법한) 그렇다고 너무 싼 물건도 아닌 그런 것이라는 느낌인데. 도대체 요즘 세상에 그런 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자애가 있긴 있을까?
그리고 맞는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 가방이 너무 낡아버려서 대신 쓸 가방을 사오신 엄마의 모습도 생각난다.
예쁜 가방이었지만 이전에 쓰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왠지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때 그 가방을 아직 엄마는 장농 속에 보관하고 있을까? 내일 아침에 한번 물어봐야지.
Thursday, July 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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