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에 지어졌다는 그 집의 이층 방 구석에서 웃통을 벗고 전기기타를 치고 있던 그 대만계 미국인 남학생은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있었다. 길게 자란 허연 수염을 달고 있는 집 주인 아저씨는 그걸 듣고서는 얼마전에 수십 년 전에 출판된 핑크 플로이드 기타 악보를 헌책방에서 발견했는데 고민하다가 안 사고 그냥 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 학생은 극도로 흥분해서 자기 할아버지뻘 되는 노인에게 "Shut up! 어떻게 그걸 안 사고 그냥 올 수 있어?" 등등. 얘기는 내가 방 구경을 다 할때가지 계속되었고 방은 그다지 오래 구경할만큼 크진 않았기에 얘기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 집은 대각선 방향을 기준으로 거의 대칭을 이루는 구조를 하고 있었고 조금 큰 방과 조금 작은 방이 번갈아 가면서 정사각형의 한 구석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 중 조금 큰 방을 원했고 이왕이면 소음이 적은 도로의 반대쪽,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남향을 원했다. 그러나 도로의 반대쪽이자 햇빛이 잘 드는 방은 이미 한 프랑스 유학생이 고민해보겠다며 잡아둔 상태였고, 울 카펫이 깔려 있었다. 반면 그 방의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다른 조금 큰 방은 두 개의 창문이 각각 남서쪽과 북서쪽을 향해 있었고 그 중 한 곳은 대로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이 방은 새로 깐 마룻바닥과 좋은 재질로 만들었다는 천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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