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6, 2010

이상하게 들떠서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오늘 밤이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오늘 밤에도 꿈에 김연아를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전화기의 충전이 진행 중임을 알리는 녹색 불이 내 미키 마우스 알람시계를 비춰 만드는 그림자가 천장에 비추는 걸 보다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말았다.
일단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걱정이 마구 들었다. 내일 시험은 그렇다쳐도 수업시간에 Al을 오랫만에 만나 무어라고 할 것이며, 뉴욕에 다음 주말에 다녀온다 쳐도 그 다음 Dietram 수업에서 발표는 또 어떻게 할 것이며, AEJMC 페이퍼는 어떻게 마무리하고 ICA 페이퍼는 어떻게 고치고 Rhee 선생님이랑 하던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5월 말까지 실험이 제대로 끝날 수 있는지. 여름에 이사는 어떻게 하며 언제부터 집을 알아봐야 하는지. 리서치 그룹, 운동에 필요한 시간, 진로고민, 여자친구와는 어떻게 되는건지. 얼마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학교 선배를 다시 볼 때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스스로에 대해 무작정 믿다가 다음 순간에 스스로를 불신한다. 배신당한 기분이다.
그나마 줄어든 인간관계를 모두 없애고 다시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고 싶다.
동양인들 사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리에 속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할지도 매우 혼란스럽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 소식을 듣던 날 갑자기 크게 울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넘어지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한국에서 그 소식을 접하고 놀라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실 부모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내일 수면 부족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토론에서 똑부러지는 말을 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다음 주말에 뉴욕에서 재미있게 놀지 못할까봐 불안하다. 봄방학이 끝날 무렵까지 paper 마무리가 잘 되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하고, 계획 중인 실험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게 되면 어쩌나 불안해한다.
오늘 심리학 클럽에 가입했다. 이름과는 달리 매우 초보적이고 진부한 모임이어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3 comments:

  1. 저만큼 생각하려면 저는 하루종일도 부족할거 같은데요!

    ReplyDelete
  2. 저 불면증 이후에 이틀 정도 무기력하게 지낸거 같아요. 그래도 몇 가지는 잘 끝나고 다가올 보름 내에 또 몇 가지가 끝나겠지요! 그때가 되면 더 적은 고민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어요.

    ReplyDelete